"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넷플릭스의 최근 흥행작 오징어게임 열풍이 매섭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각자의 사연이 있는 456명의 참가자들이 456억의 상금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처절한 스토리에 전세계인들이 매료되었는데요, 이와 더불어 우리 기억 한 구석에 있던 옛 동심 속 놀이들이 전 세계를 강타했습니다.
타임스퀘어에서 딱지를 치고, 네덜란드 어느 거리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대회가 열리고, 파리에서는 오징어게임 팝업스토어가 개장하는 등 오징어게임은 일종의 밈(meme)으로 자리 잡았으며. 이러한 문화적 소비 현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되며, 하나의 현상으로 진화했습니다.
미국의 지상파방송인 MSNBC는 오징어게임의 상징이 되어버린 체육복을 입고 뉴스 진행 하기도 하고, SNL은 오징어게임의 인기를 증명하듯 패러디물을 방영했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소설가인 스티븐 킹은 오징어게임의 명대사를 인용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위와 같은 인기에 힘입어, 오징어게임은 개봉 17일만에 1억 1100만명의 시청 신기록을 수립하며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등극했습니다.
오징어게임의 흥행 덕분일까요? 얼마 전 열린 넷플릭스의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체육복을 입고 실적을 발표했습니다.
이날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열풍으로, 당초 예상했던 추가 구독자수가 384만 명보다 증가한 440만 명을 기록했으며, 4분기까지 추가로 850만 명을 유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오징어게임의 성공으로 미소를 짓는 건 넷플릭스 혼자뿐일까요?
"나와 테드 (넷플릭스 공동 CEO)조차 모르는 또 다른 환상적인 작품이 넷플릭스 콘텐츠 엔진 (Content Engine)에서 생산되고 있다."
- 리드 헤이스팅스
"어떤 작품이 입소문(viral)을 타게 될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다만, 콘텐츠가 한번 입소문을 타게 되면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된다. SNL의 오징어게임 패러디에서도 볼 수 있듯 - 압도적인 관객수를 유치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압도적인 양질의 퀄리티(goods)를 전달해야한다. 작품의 성공을 예측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 테드 서랜도스
두 CEO의 말을 조금 더 유심히 살펴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넷플릭스 콘텐츠 엔진의 몫인 반면, 그 콘텐츠가 소비되고 재생산되는 과정은 다른 플랫폼들에게도 곧 기회로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과연 다양한 형태의 패러디물들이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파되지 않았더라면, 오징어게임이 지금만큼의 사랑과 인기를 누릴 수 있었을까요?
골목길에서 메타버스로, 동심속 놀이들의 진화
Roblox "Squid Game" 검색결과
오징어게임의 인기는 콘텐츠 제작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번 여행에서 잠깐 훑어봤던 로블록스 기억 나시나요?
사용자가 직접 프로그래밍한 게임을 다른 사용자가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라는 설명을 잠깐 드렸었는데요. 오징어게임 속의 다양한 게임들은 메타버스 콘텐츠 제작을 주요 기능으로 두는 로블록스와 완벽한 접점을 이루어 시너지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현재 오징어게임과 연관된 다양한 테마의 콘텐츠(예를 들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줄다리기, 오징어게임, 롤러코스터)들이 제작되고 있으며,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은 창의적인 로블록스 콘텐츠 엔진만의 오징어게임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제작되고 있습니다.
PewDiePie의 로블록스 오징어게임 리뷰
로블록스에서 제작된 콘텐츠들은 순식간에 온라인 세계에서 공유되며, 또 다른 창작물에 영감을 불어일으킵니다.
어릴적 우리가 즐겨 했던 놀이는 어느새 메타버스 내의 새로운 놀이문화로 발전해, 이를 플레이하며 반응하는 영상들은 인기를 끌게되며 우리도 모르는 새에 제3차 창작물로 변화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자, 이제 아까 언급했던 "콘텐츠 엔진"의 순환이 보이시나요?
넷플릭스가 제작한 콘텐츠가 단순히 넷플릭스에서 국한되는 것이 아닌, 로블록스라는 새로운 플랫폼에서 로블록스만의 콘텐츠 엔진이 되고, 다시 자리를 옮겨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유튜브만의 콘텐츠로 재생산 되는 일련의 과정들을 보면서 무형의 콘텐츠가 수 많은 기업과 플랫폼들에게 기회로 다가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를 위시해, 디즈니, 아마존, 애플등 미국의 IT 및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이 OTT 시장에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공격적 투자에 호응하듯, 2017년부터 미국 가정 내의 OTT 서비스 구독률은 꾸준히 상승을 기록 하고 있으며, 증가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OTT 기업들은 늘어난 시장 규모를 선점하고, 다양한 소비자층들의 입맛을 맞추기 위하여 사업의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게임 산업으로 본격 진출, "진격의 넷플릭스"
미국의 테크전문 언론 The Verge에 따르면, 최근 넷플릭스는 게임산업으로 눈을 돌리고 있으며 애플의 아케이드 혹은 Xbox의 게임패스와 흡사한 구독 서비스를 추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올 여름, 넷플릭스는 페이스북과 EA에서 VR/AR 콘텐츠 상무(VR)를 역임한 마이크 버두(Mike Verdu)를 자사의 신임 게임개발(Game Development) 상무로 선임했습니다. 버두는 넷플릭스의 게임 콘텐츠 개발을 진두지휘 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블룸버그는 빠른 시일 내에, 넷플릭스가 게임을 새로운 장르로서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 세계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서 3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넷플릭스가 게임 산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넷플릭스)는 고객들에게 눈을 뗄 수 없이 깊은 세계관 그리고 흡입력 있는 캐릭터를 만드는 산업에 있다. 우리의 세계관을 너무나도 사랑하여 캐릭터에 점점 더 빠져들고, 스토리의 뒷이야기는 물론 쇼의 모든 것에 대해 사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고객들이 작품에 몰입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파악하려 애쓰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플랫폼을 확장시켜 팬덤을 늘릴 계획이다."
"더불어, 게임은 (몰입형 플랫폼 구축에 있어서) 확실히 매우 흥미로운 요소 중 하나다. 게임은 중요한 형태의 엔터테인먼트이며, 고객 경험을 증대시킬 핵심 요소인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속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연구하며 콘텐츠 제작을 이어나갈 것이다."
-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COO)
The Verge로부터 마이크 버두 게임콘텐츠 상무 인선 과정에 대해 질문을 받은 그렉 피터스 최고운영책임자는 "고객 경험의 증대"라는 키워드를 꺼냈습니다.
넷플릭스에게 있어서 스트리밍 서비스는 종착지가 아닌 다채로운 고객 경험을 위한 경유지라는 입장을 피력 한 것인데요. 단순히 작품을 시청하는데 그치지 않고, 작품을 테마로한 메타버스 콘텐츠를 구축하여 고객들이 넷플릭스의 콘텐츠와 적극적으로 교감하고 빠져드는 환경을 조성하고. 이러한 구상의 일환으로서 마이크 버두의 인선 사유를 밝힌 것입니다.
넷플릭스 뿐만 아닌 다양한 OTT 업체들은 빠르게 메타버스 산업으로 뛰어들 채비를 마쳤습니다. 넷플릭스와 OTT산업의 선두를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디즈니 또한 메타버스 테마파크를 준비 중에 있으며, 아마존 또한 관련 투자 사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비디오 스티리밍에서 국한되지 않고 OTT 업체들이 메타버스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상황은 곧 메타버스 산업의 확대를 의미합니다. 앞서 인용한 테드 서렌도스 넷플릭스 CEO의 말처럼, 제2의, 제3의 오징어게임이 치열한 OTT 콘텐츠엔진에서 제작될 것이며, 고객 경험 증대를 위해 메타버스 콘텐츠는 필수적으로 제작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콘텐츠들의 발견은 곧 메타버스 산업에는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올 것입니다.